실리콘밸리를 지탱하는 힘 ‘엔젤 투자’ > DW 만평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DW 만평

실리콘밸리를 지탱하는 힘 ‘엔젤 투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9-22 10:17 조회1,349회 댓글0건

본문

지난 2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투자를 해오면서, 펀드의 투자 전략과 맞지 않는 성장단계•사업분야•지역 때문에 투자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그렇게 인연이 끝나지만, 창업자가 너무 인상적인 경우엔 드물게 개인적으로 ‘엔젤 투자’를 하기도 한다. 엔젤 투자는 벤처 투자를 받기 어려운 아주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그야말로 창업자만 믿고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엔젤’의 어원은 브로드웨이에서 유래했다. 흥행이 어려운 연극, 뮤지컬이 문을 닫아야 하는 ‘죽음’의 상황에서 ‘천사’처럼 구해주는 후원자를 일컫는 것이다.

필자의 ‘투자심의위원회 파트너’는 다름 아닌 아내다. 아내는 지난 2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페이팔, 애플, 이베이 등 테크 상장사에서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특히 페이팔과 빌닷컴의 상장 시기에 핀테크 사업의 고속 성장을 경험했다. 창업자와 투자 조건을 주로 보는 필자와 달리 고객•제품 분야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투자는 두 사람 모두 찬성해야 이뤄진다. 그 조건은 첫째, 우리가 믿을 만하다고 판단하는 창업자인가, 둘째, 우리가 잘 아는 분야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느냐다. 그렇게 큰 액수는 아니지만 우리가 조금이라도 접해본 전자 상거래, 인공지능,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몇 곳에 투자를 해왔다. 그중 쿠팡, 코빗, 타파스미디어, 소파이(SoFi) 등은 환상적으로 성장해 투자 회수의 기쁨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엔젤 투자’는 실리콘밸리를 지탱하는 하나의 힘이다. 1980년대부터 성공한 창업자들은 초기 엔젤 투자에 참여해왔다. 단순 투자를 넘어 각종 성공 노하우도 함께 전수한다. 개인 단위였던 엔젤 투자는 점점 조직화되어, 미국 각지의 테크 업계 임원 출신들이 정기적으로 스타트업의 피치(pitch•사업 발표)를 듣고 엔젤 투자를 조직적으로 집행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그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밴드 오브 엔젤스(Band of Angels)는 1994년 설립됐다. 현재 160여명의 엔젤 투자가들이 매년 2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그간 엔젤 투자는 테크 업계 엘리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지만, 2010년 설립된 엔젤리스트(AngelList) 덕분에 대중화됐다. 초기 엔젤 투자를 받고 싶은 업체와 투자 기회를 찾는 투자가들이 서로의 온라인 프로필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마치 온라인 데이팅 같은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이미 1~2세대 창업자들이 ‘엔젤 투자자’로 대거 나서고 있다. 본엔젤스, 프라이머, 메시업엔젤스처럼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하는 조직도 생겼다. 삼성 등 대기업 출신 임원들도 적극적으로 엔젤 투자 조직을 만들어 금전적 지원과 다양한 노하우,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직접 경영에 참여하며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엔젤 투자는 투자 수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성공적인 창업에 동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을 준다. 주식, 부동산 투자로 아무리 큰 수익을 내더라도 느낄 수 없는 기분일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조선일보, 2021. 8. 3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상단으로

TEL. 010-7330-0236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1가 64-3 준빌딩 301호

Copyright © daewan-kim.kr. All rights reserved.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